최근 글로벌 화장품 및 미용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흐름은 단연 기술과 미용의 융합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중심의 관리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고도화된 기술력을 집약한 뷰티테크 디바이스 제품들이 소비자의 일상적인 홈케어 루틴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시장 조사 및 기업 전략 컨설팅 기관인 L.E.K. 컨설팅(L.E.K. Consulting)의 유럽 헬스 & 뷰티 부문 책임자인 필립 고르주(Philippe Gorge)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뷰티테크 디바이스 시장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소비자의 변화된 기대치와 복합적인 경제적 모델 구축이라는 브랜드들의 과제가 맞물려 있습니다. 뷰티테크 디바이스 기술은 단순히 화장품 제형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놀로지나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포뮬러 제조, 라이브 쇼핑이나 매장 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리테일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는 소비자가 직접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케어용 뷰티테크 디바이스 영역입니다. 얼굴과 신체 관리를 위한 홈 디바이스, 고성능 헤어 스타일링 도구, 그리고 피부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연결형 진단 기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연한 결제 솔루션 기업인 클라르나(Klarna)가 프랑스 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뷰티테크 디바이스 수요는 25세에서 45세 사이의 연령대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세부적인 구매 패턴은 연령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연령별로 다변화되는 소비 패턴과 시장의 수요층
글로벌 시장에서 뷰티테크 디바이스 기기를 소비하는 주축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경제 활동 인구입니다. 먼저 26세에서 35세 사이의 젊은 층에서는 헤어 케어 및 스타일링 관련 뷰티테크 디바이스 제품들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샤크 플렉스스타일(Shark FlexStyle)과 같은 하이브리드 스타일러 및 드라이어 제품은 매출이 149%나 급증했으며, 조명 거울은 129%, 모발의 볼륨을 살려주는 볼륨화 도구는 100%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매우 익숙한 세대로, 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련 뷰티테크 디바이스 정보를 접하고 소비를 결정합니다. 이들이 뷰티테크 디바이스 구매에 지출하는 예산은 최소 50유로에서 최대 400유로에 달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보입니다.
반면, 35세에서 45세 사이의 소비자층은 보다 프리미엄화된 성격을 띠며, 주로 피부 관리용 뷰티테크 디바이스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LED 마스크 제품이 172%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피부 온도를 낮추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아이스 롤러 제품도 75%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L.E.K. 컨설팅의 필립 고르주는 이 세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들은 피부 노화의 첫 징후가 나타나는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장품을 보완하거나, 혹은 에스테틱 및 미용 의료 시술의 대안으로서 뷰티테크 디바이스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즉, 전문 메디컬 스파에서 활용되는 비침습적 기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택으로 이식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뷰티의 과학화 현상과 예방 중심의 안티에이징 트렌드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뷰티테크 디바이스 수요가 급증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단순히 기계적인 기술의 진보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화장품과 미용을 대하는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전역에서는 이른바 ‘뷰티의 과학화(Scientification of Beauty)’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정보에 밝으며, 제품의 효능과 임상적 증거를 매우 까다롭게 요구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연령이나 사회적 계층, 지리적 시장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화장품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은 과거처럼 감성적인 문구나 단순한 약속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게 되었으며,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름다움을 단순히 외적인 변신으로 바라보지 않고, 신체 전반의 건강 및 장수(Longevity)와 결합하여 ‘예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노화가 진행된 후 이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는, 미리 예방하고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에 가치를 둡니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뷰티테크 디바이스 기기의 활용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단 한 번의 사용으로 기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이고 꾸준한 관리가 동반되어야 확실한 결과가 도출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기초 화장품 루틴에 고도화된 기술력을 갖춘 뷰티테크 디바이스 제품을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스마트한 홈케어 문화가 정착된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브랜드의 과제
그러나 하드웨어 중심의 뷰티테크 디바이스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화장품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화장품 산업은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제품을 소모하고 재구매하는 ‘소모품 중심의 반복 구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반면 고가의 뷰티테크 디바이스 제품은 대개 한 번 구매하면 장기간 사용하는 일회성 구매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영리한 사업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탄탄한 화장품 포트폴리오와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전통적인 헤리티지 뷰티 브랜드들이 디바이스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나 순수 기기 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기존 브랜드들은 기기와 화장품이 서로 결합된 일관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 기기를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스킨케어 제품의 효능을 배가시켜 주는 ‘루틴 증폭기’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마치 캡슐 커피 머신을 보급한 후 지속적으로 캡슐을 판매하는 네스프레소(Nespresso)의 비즈니스 모델처럼,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해 화장품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글로벌 뷰티 대기업들의 성공적인 현지 협업 및 기술 혁신 사례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러한 생태계 결합 모델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클라랑스(Clarins) 그룹의 소속 브랜드인 마이블렌드(myBlend)는 기술 기반의 디바이스가 기존 화장품의 작용을 한층 더 연장하고 강화해 준다는 ‘증강현실 뷰티(Augmented Beauty)’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사의 대표 상품인 LED 마스크 ‘myLEDmask’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뷰티테크 디바이스 디자인 전문 기업인 누온(Nuon)과 협력하여 새로운 ‘myLIFTINGRoller’를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약 295유로에 달하는 이 고가 기기는 미세전류 기술과 미세 진동, 마사지 기능을 결합하여 자연스러운 리프팅 효과를 제공합니다. 소비자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이 뷰티테크 디바이스 제품을 자사의 탄력 세럼과 함께 28일 동안 병행 사용한 여성의 96%가 피부 탄력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이를 매일의 뷰티 루틴에서 결합해야 할 필수 아이템으로 꼽았습니다.
세계 최대의 뷰티 기업인 로레알(L’Oréal) 그룹 역시 자체적인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기술 기업의 인수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뷰티테크 디바이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로레알이 선보인 두 가지 혁신 제품은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열로 인한 모발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적외선 기반 스타일링 기기 ‘라이트 스트레이트 플러스 멀티 스타일러(Light Straight + Multi-Styler)’이며, 두 번째는 아이스마트 디벨롭먼트(I-Smart Developments)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초박형 유연성 LED 페이스 마스크입니다. 이 LED 마스크는 광치료 기술을 활용하여 피부의 주름, 처짐, 불균형한 피부톤을 집중적으로 케어합니다. 현재 글로벌 뷰티테크 디바이스 시장은 다양한 과학적 주장을 내세우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임상적 신뢰성과 우수한 제품 경험,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제적 수익 모델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