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의 난항과 수위 약화
인류가 직면한 극심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어 온 전 세계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오염 협약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후퇴하고 약화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 8월, 주요 산유국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동력을 잃고 결렬되었던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은 최근 새로운 문서가 공개되며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주요 전문가들과 국제 환경단체들은 해당 문서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심각한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조용히 공개된 문서는 2025년 협상 결렬 이후 처음으로 수면 위에 오른 공식 문서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을 이끌고 있는 칠레의 줄리오 코르다노(Julio Cordano) 의장은 이번 발표물이 회원국 간 합의되거나 최종 협상된 본문이 아니며, 단지 구속력이 없는 ‘비공식 참고 문서’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르다노 의장은 각국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을 괄호 처리하여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취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와 시민단체의 평가 및 비판은 매우 냉혹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용어를 세계 최초로 창안한 영국의 저명한 해양생물학자이자,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의 독립 과학 관찰자로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플리머스 대학교의 리차드 톰슨(Richard Thompson) 교수는 공개된 문서를 검토한 후 깊은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톰슨 교수는 공개된 문서가 1년 전 거부되었던 초안과 지나치게 유사할 뿐만 아니라,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이전보다 수위가 더 약화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협약이 실질적인 오염 감축 성과를 내기보다 형식적인 타협에 그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입니다.
산유국과 다수 국가 간의 첨예한 갈등 및 경제적 이해관계
플라스틱 오염 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전 세계 185개국 대표단이 참여하고 있으나, 상반된 이해관계와 목표로 인해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협상에 참여한 대다수 국가들은 오는 206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생산 자체를 제약하는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치를 플라스틱 오염 협약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단계부터 근본적인 제약을 두지 않는다면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주요 산유국 블록은 이러한 생산 제한 및 강력한 규제 조치에 강력히 반대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 산유국들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원인을 생산량이 아닌 폐기물 관리의 부실로 돌리며, 플라스틱 오염 협약의 범위를 오직 폐기물 처리 및 관리 영역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톰슨 교수는 이러한 산유국들의 강경한 반대 움직임 배경에 명확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감축 압박이 거세지면서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 수요 감소가 예견되자, 산유국들이 석유의 주요 부산물이자 유도품인 플라스틱 생산을 새로운 대체 성장 시장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산유국들의 자국 산업 보호 노력이 플라스틱 오염 협약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 배제와 막대한 오염 피해 비용의 경고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후퇴하는 사이,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전 지구적 피해와 비용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플라스틱 오염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인체 건강 문제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전 세계적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1조 5,000억 달러(한화 약 2,0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과학적 사실과 데이터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톰슨 교수는 자신을 비롯한 독립적인 과학 관찰자들이 협상단에 전문적인 과학적 조언을 제공하는 공식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재의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독립적 과학자들의 검증과 조언이 생략된 채 국가 간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 플라스틱 오염 협약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협상 과정 전체에 불필요한 의심과 불신을 자라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톰슨 교수는 이번 플라스틱 오염 협약을 가리켜 “지구와 인류 전체를 위해 단 한 번 찾아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규정하면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약화된 플라스틱 오염 협약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신랄한 비판과 향후 협상 일정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데이비드 아줄레이(David Azoulay) 역시 공개된 플라스틱 오염 협약 참고 문서를 향해 매우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아줄레이는 성명을 통해 이번에 제시된 문서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응하려는 국제사회의 법적 구속력 있는 노력을 근본적으로 무력화시켰으며, 향후 미래 세대는 물론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대의 안전과 환경마저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협약의 향후 일정은 오는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비공식 협상을 거쳐 수정 및 개정된 ‘협상 지원 문서’가 준비될 예정입니다. 이후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최하는 정식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은 2027년 3월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과연 실효성 있는 플라스틱 오염 협약을 완성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협의 목표를 잃고 대폭 약화될 위험에 직면
현재 진행 중인 플라스틱 오염 협약 협상은 주요 산유국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절충안 모색 과정에서 당초의 원대한 목표를 잃고 대폭 약화될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라는 근본적 규제가 배제된 채 단순 폐기물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약화된 플라스틱 오염 협약은 매년 심화되는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 생산 감축 명시: 플라스틱 오염 협약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기술 논의를 넘어,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목표를 법적 구속력 있게 명시해야만 전 지구적 오염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독립적 과학계의 의사결정 참여 보장: 정치적 타협으로 인한 협약 약화를 막기 위해, 독립적인 과학 관찰자 및 전문가 그룹의 검증을 플라스틱 오염 협약 성안 과정에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실효성 있는 국제 표준 수립: 성급한 합의 도출보다 실질적으로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플라스틱 오염 협약이 ‘단 한 번의 기회’로서 가치를 갖게 하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