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뷰티 커뮤니티와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는 명품 브랜드도, 백화점 신상도 아니다. 바로 ‘균일가 생활용품점’의 대명사, 다이소다. 퇴근길 집 근처 매장에 들러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던 5,000원짜리 다이소 화장품이 이제는 오픈런을 부르는 ‘귀하신 몸’이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싼 게 비지떡”이라며 외면받던 저가 화장품 시장에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다이소 화장품의 흥행 비결과 그 이면의 유통 전략을 짚어봤다.
■ “이게 진짜 5천원?”… 품절 대란 부른 ‘다이소 화장품’의 반전 퀄리티
최근 다이소 화장품 코너에서 가장 찾기 힘든 제품은 단연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이다. 올리브영에서 수만 원대에 판매되는 제품과 핵심 성분이 유사하면서도 가격은 단돈 3,000원에서 5,000원 사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효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10분의 1″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장은 연일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특정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같은 국내 뷰티 대기업은 물론,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글로벌 1위 제조사들이 다이소 화장품 제조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이름 없는 저가 브랜드’가 채우던 자리를 믿을 수 있는 제조사와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이 채우면서, 소비자들은 다이소 화장품을 ‘싼 제품’이 아닌 ‘가성비가 뛰어난 영리한 선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 유통 구조의 혁명, 어떻게 ‘5천원 상한선’을 지켰나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은 바로 ‘가격’이다. 고물가 시대에 어떻게 5,000원이라는 가격 마지노선을 지키면서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철저한 ‘다이어트’에 있다.
다이소 화장품은 화려한 용기 디자인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과감히 걷어냈다. 백화점 화장품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명 모델 광고비나 화려한 패키징 대신, 내용물의 본질에만 집중한 것이다. 또한, 다이소의 전국 1,500여 개 매장 네트워크를 통한 대량 매입과 직거래 방식은 유통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입점 업체 입장에서도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전국의 거점 매장을 통해 확실한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결국, 유통 마진을 최소화한 구조가 소비자에게 ‘갓성비’라는 혜택으로 돌아온 셈이다.
■ MZ세대의 ‘똑똑한 소비’와 뷰티 생태계의 지각변동
이러한 다이소 화장품의 인기는 단순히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이 과시의 수단이었다면, 지금의 젊은 소비자들은 성분을 꼼꼼히 따지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전문가들은 다이소 화장품의 약진이 기존 올리브영 위주의 헬스앤뷰티(H&B) 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다이소의 뷰티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며, 이는 기존 유통 강자들에게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 ‘가성비 뷰티’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하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싼 가격이 품질을 보장한다고 믿지 않는다.
■ ‘다이소 뷰티’의 미래,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다
취재 중 만난 한 20대 대학생은 “예전엔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산다는 게 좀 꺼려졌는데, 요즘은 친구들 사이에서 ‘다이소 꿀템’ 정보 공유가 일상”이라며 “성분이 똑같은데 굳이 비싼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 인식의 전환은 다이소 화장품이 단순한 반짝 유행이 아닌, 뷰티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다이소 화장품의 성공은 ‘본질에 집중한 저가격 고품질’ 전략이 고물가 시대의 대중적 욕구와 정확히 일치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의 이름값보다 제품의 실력을 먼저 보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한, 다이소의 뷰티 영토 확장은 당분간 거침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 퇴근길, 당신의 파우치 속에도 5,000원의 행복이 담긴 다이소 화장품 하나쯤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